치질 수술 후기 2편 : 병원 선정 방법과 수술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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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치질 수술 후기 2편 : 병원 선정 방법과 수술 당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술 전 제가 어떻게 병원을 골랐는지와 치질 수술 후기의 첫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본문에 나오는 예슬이는 항문이라는 뜻입니다.) 

 

[병원 선정 방법]

 

 

살면서 한번 받아 볼까 말까 하는 치질 수술....

 

 

두려운 만큼 실력 좋은 곳에 맡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병원은 돈을 벌어야 하기에 수술을 권유한다. 아마 몇몇 병원은 과잉진료로 보자마자 "바로 수술하셔야 합니다. 입원하시죠" 이 말부터 꺼낼 것이다.

 

 

(양심적인 병원은 이러지 않을겁니다.)

 

 

나 역시 20살에 처음 치질 병원을 갔을 때 보자마자 당일 수술을 권해 많이 당황했었고, 25살 다른 병원에서도 예슬이를 보자마자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7년간 잘 견뎌온 거 보면은 그때 당시는 수술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안 해도 될 수술을 받으면 안 되니 병원 한 곳 갔다고 바로 수술을 잡진 말길 바란다. (즉, 내가 갔던 2곳 모두 과잉진료를 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과잉진료를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최소 2~3곳은 다녀본 후 병원을 선정하기 바란다. 

 

 

여러 후기를 찾아보고 내가 병원을 선정하는 기준은 아래와 같이 세웠다.

 

 

1. 집에서 가까운 곳 ( 아픈 예슬이를 데리고 3~4번 통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2. 최소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의사 선생님 

3.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곳이 아닌 나의 상태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곳 ( 나 같은 쫄보에겐 가장 중요) 

 

[초진~ 치질 수술 당일] 

 

 

나의 기준대로 한 병원을 선정했고 2020년 6월 1일 진료를 받으러 갔다. 혼자 가도 됐지만 지극하신 어머니는 90kg 넘는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같이 가자고 하셨다.  

 

 

진료실에 들어가 한번 보자는 원장 선생님의 말에 나는 고민도 없이 바지를 내리고 원장 쌤에게 예슬이를 개봉해드렸다. (치질 진료 경험이 많아 부끄러움은 없었습니다.) 쌤은 나의 예슬이를 천천히 보신 후 안경을 벗으며 진료 결과를 설명하셨다. 

 

 

원장 쌤은 지금 내 상태는 만성 치열이 되었고 내치핵 몇 개가 있다고 하였다. 지금 상태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기준을 훨씬 넘었다고 설명해주셨다.

 

 

만일 수술을 받게 되면, 치열 수술은 괄약근 보존 기법을 사용할 거고 내치핵은 필요한 것들만 제거할 거라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은 항문은 건들면 건들수록 좁아지니 수술 범위를 선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 좁아서 왔으니 너무 건들진 말아주세요.) 

 

 

그러면서  " 학생, 치질 수술은 안 한다고 죽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근데 학생은 젊으니 금방 회복될 거다. 회복하면 그 전보다 훨씬 나아질 거다. "라며 말하셨고 결정은 나보고 하라 했다. 

 

 

보통 이 순간이 되면 환자는 두려움과 걱정에 온갖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와 엄마 역시 온갖 질문을 쏟아냈는데 약 30분가량 원장 쌤이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초진에 30분 설명이라니 이런 병원은 처음이었다.  (부작용 걱정, 수술비,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질문 )

 

 

이렇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시는 걸 보고 "이 정도 원장 선생님이면 내 예슬이 맡겨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로 수술을 잡았다. 

 

 

여기서 한 가지 꿀팁은 바로 아침 9시 수술이다. 원장 쌤도 사람이기에 하루 종일 진료를 보고 오후에 피곤한 상태로 수술을 하면 내 예슬이에 집중을 못할 거 같아서 원장 쌤이 최상의 컨디션일 때 받기 위해 9시로 잡았다. 

 

 

병원에서는 관장약을 두 개 주며 하나는 오늘 밤에 나머지 하나는 내일 수술받기 전 아침에 관장을 하고 오라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잔뜩 겁먹은 채 병원을 향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내 모습이다. 엄마는 인디언 족장 같다고 놀리면서 찍었지만 당시 내 심정은 절벽 끝에 있었다. 참고로 나는 겁도 많고 고통도 너무 많이 느끼는 스타일이다. 

 

 

엄마가 수술복이 은근히 잘어울린다고 짜리몽땅하게 찍었다. 

 

한 5분 정도 대기 후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향했다. 이번 수술실은 내 인생에서 고래 잡은 날 이후 두 번째다. 쨋든 수술실에 들어가니 내 긴장감은 배가 되었고 손에서는 땀이 흥건했다. 

 

 

수술 전 침대에서 혈압을 쟀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 먼저 마취를 위해 허리 부근에 주사 2방 정도 맞았다. 그냥 따끔할 뿐이지 크게 아프진 않았다. 걱정 마시라. 

 

 

이후 수술 침대에 엎드려 누웠는데 간호사님이 무슨 버튼을 누르자 위이잉~ 소리가 나면서 내 엉덩이가 하늘로 향했다. 이 부분이 첫 번째 당황 point 였다.  

 

 

두 번째 당황 point는 세 분 정도의 간호사님들이 청테이프를 '쫘아악 쪼아악' 찢더니 내 엉덩이를 넓게 벌려 침대에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맞다 예슬이가 세상에 완전 개봉된 것이다. 

 

 

그 상태로 잠시 대기하고 있었는데 마취의 효과인가 몽롱해서 크게 부끄럽진 않았다. 간호사님들 역시 게이치 않는지 창문을 보며 "어머~ 오늘 날씨 정말 좋지 않아요?"라는 잡담을 나눴다. 역시 프로들은 다르다. 

 

내 기분과 달리 참 좋았던 날씨. (이미지는 퍼온겁니다.)

 

원장 선생님이 들어오고 " 그래 어제는 잘 잤어? " 라며 반갑게 인사하셨고 " 자 이제 들어간다" 라며 내 수술은 시작되었다. 

 

 

가스와 변만 드나들던 예슬이에게 처음 쇠붙이가 들어왔다. 엄청 두려웠는데 마취의 효과인지 몽롱하면서 뭐랄까? 오히려 편안한 느낌까지 들어버렸다. 그만큼 하나도 안 아프다. 

 

 

수술은 약 20~30분이 걸렸다. 입원실로 돌아오니 마취 때문인지 수술부위가 아프진 않았고 그냥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선생님이 들어와 설명을 해주셨는데 치열, 치핵만 있는지 알았는데 살펴보니 치루도 있었다고, 한 번에 3개를 다 수술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ㅈ됬다.' 였다. 치질의 종류가 3가지인데 그걸 다 갖고 있다니, 수술 부위가 크니까 앞으로 치유 과정은 진짜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2~3시간이 지나니 이제 통증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무통주사가 있어서인지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았다. 근데 수액을 두통을 맞고 물을 2통을 마셨는데도 소변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간호사님이 소변 꼭 봐야 한다고 물 틀어놓고 노력하라고 말씀하셨다. " 소변 못 싸는 게 뭐가 어때 마려울 때 싸면 되지" 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소변 못 싸면 밤이나 그 담날에 응급실을 갈 정도로 큰일 난다고 하셨다. 

 

 

그제야 다급한 마음에 세면대에 물 틀어놓고 입으로 '쉬이 이~'하면서 소변을 보려 노력했다. 근데 이놈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이다. 정말.... 뭐랄까... 입구 근처에서 맴돌기만 하는 느낌? 

 

 

나는 존슨이를 바라보며 절박한 심정으로 "야 할 수 있어! 왜 너마저도 그래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해" 하며 이야기를 시도했지만 이 자식은 입을 앙 다물고 꼼짝도 안 했다. 

 

 

그렇게 데드라인인 6시가 되자 원장쌤은 요도관 삽입을 한다고 하셨다. '응..? 어디에 삽입해?'라는 생각이 들며 치질 수술보다 더 걱정 됐다. 

 

 

그렇게 나는 인생에서 3번째 수술실 입장을 똑같은 날 다시 들어갔다. 그러더니 원장 선생님이 "많이 아플 거야. 근데 이거 어쩔 수 없어해야 해. "라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의 "많이 아플 거야"라는 말은 "너는 이제 뒤졌다"라는 뜻과 똑같다. 

 

 

그러더니 무슨 스타벅스 빨대만 한 관을 내 요도에 삽입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때 고통은 치질 수술~완치까지의 전 과정에서 가장 아팠으며 내 인생에 그 무엇보다도 아팠다. 생각해봐라 그 좁은 요도에 두꺼운 빨대가 들어온다는 게, 그리고 나는 요도에 이렇게 많은 신경이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게 요도에 들어간다는게 신기하다. 

 

나는 소리 지르며 아파했지만, 원장 쌤은 두꺼운 관을 쭈욱~쭈욱 요도관을 삽입했고 내 소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글로 쓰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진짜 진짜 아팠다. 요도에 살아있는 뱀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내 소변을 다 뽑아내고 원장 쌤은 간혹 마취가 강하게 걸리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고생했다며 내 등을 툭툭 쳐주시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술 다음날, 1주일 후, 한 달 후에 병원에 오면 돼요"라고 말씀하셨다. 

 

 

하루 만에 앞구멍과 뒷구멍이 털린 나에게 그 정도 위로는 택도 없었다. 

 

 

어느덧 퇴원 시간이 되어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으로 향했다. 무통주사를 팔에 달고 집에 갔지만 수술부위에 생전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고통이 슬슬 느껴졌다.  

 

 

단순히 찢어져서, 치핵이 튀어나와서 느껴지는 고통이 아닌 깊숙한 곳이 빵꾸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인데..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옆으로 누워 치질 수술 후기들을 찾아봤다. 수술 당일에는 좌욕을 하지 않았고 절대 안정만 취했다.

 

 

그렇게 밤이 되고 나는 약을 먹은 후 아래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위로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수술 이후 첫날 잠이 들었다.  

 

 

치질 수술 후기 2편에서는 병원 선정 과정과 수술 당일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3편에서는 수술 후 1주일까지의 회복과정과 모두들 두려워 하는 치질 수술 후 첫변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