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치질 수술 후기 3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치질 수술 이후 2주 차까지 제가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치질 수술 후 둘째 날, 좌욕과 식단의 중요성]
수술을 받은 첫날밤에는 예슬이가 너무 아파서 새벽에 3~4번은 깼고 더 이상 잠도 안 와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면 예슬이는 후끈후끈하고 잠도 잘 못 자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술 괜히 했나 싶었다.
두통을 참고 이부자리에 나와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화장실인데 바로 좌욕을 하기 위해서다. 좌욕은 내가 회복을 위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다. 백번 언급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치질환자에게 좌욕은 중요하다.
좌욕은 순간적인 고통을 완화해줄 뿐 아니라, 청결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최대한 자주 해야 한다. 나는 아플 때마다 했고 4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하루에 약 10분 정도로 5~6번은 했다.
(참고로 저는 취준생이어서 수술 후 2주 정도는 집에서만 쉬었기에 이런 루틴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좌욕 후 제대로 안 말리고 바로 거즈를 댄다면 습진뿐 아니라 염증이나 고름이 심해지기에 완벽히 말리고 거즈를 대야 한다. (선풍기를 이용하세요 ^-^)
아침 좌욕이 끝났다면 이제 아침 식사를 하러 가야 한다. 수술 후 약 2주 간 내 식단은 아래와 같았다. 진심 매일 같은 시간에 아래처럼만 먹었다.
아침 : 밥 한 공기 / 된장국 or 미역국 / 고등어 한 조각
점심 : 밥 한 공기 / 된장국 or 미역국 / 각종 나물 / 계란 후라이
저녁 : 고구마 200g / 된장국 or 미역국 / 닭가슴살 150g
여기서 입맛에 따라 변경할 수 있겠지만 미역국은 진심 강추한다.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는 변비에 좋아서 수술 이후 변 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참고로 나는 어느 정도로 먹었냐면 변을 보면 그냥 미역국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식단을 소개한 이유는 좌욕만큼 식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식단이 배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회복기간에 변비가 생기거나 딱딱한 변을 볼 경우 수술 부위 상처는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며 회복 기간은 2,3배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배변 때마다 지구 최고의 고통을 느끼기 싫다면 삼시 세끼 건강한 식단과 병원에서 주는 약을 챙겨 먹고 1일 1 변을 달성하길 바란다.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물은 반드시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한다. 나도 27년간 냉수만 마셔왔지만 냉수는 소화기관에 안 좋기에 미지근 한 물만 마셨다. 이 역시 효과가 있기에 최소 하루에 2리터 이상의 미지근한 물을 마시길 추천한다.
(저는 한 4리터씩 마셨습니다.)
수술 이후 첫날의 고통은 무통주사 덕에 크지 않았고 좌욕이랑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다. 어제 잠을 너무 못 자서 괴로웠기에 엄마에게 부탁해서 코딱지만 한 수면유도제를 한 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날 배변을 못해서 딱딱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잘 것 같았지만 수면제가 내 몸에 잘 맞는 놈이었는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고통이 심하거나 예민한 분이라면 병원에 부탁해 일주일 정도는 수면 유도제를 추천드립니다.)
[치질 수술 후 셋째 날, 첫 변의 고통]
셋째 날 역시 일어나자마자 좌욕을 했고 밥맛도 없어 식사가 아니라 그냥 입에 밥을 욱여넣었다. 이때부터 슬슬 첫 변에 대해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인터넷 후기를 보면 수술보다 더 아픈 게 첫 변이다. ' 항문으로 전기톱을 낳는 기분' , ' 유리병이 나오는 기분이다.' ' 라이터로 지지는 기분이다.' 등 과같은 후기들 때문에 나 역시 엄청 쫄았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만의 배변 전략을 아래와 같이 세웠다.
1. 변기에 좌욕기를 대고 좌욕을 하면서 배변을 볼 것
: 좌욕기에 변을 본다는 게 더럽지만, 효과는 좋다. 배변 전 따뜻한 물 덕분에 괄약근이 이완되기 때문인 것 같다.
2. 힘주지 않기.
: 한강보다 많은 피를 보고 싶지 않다면 정말 힘주지 마라. 마렵지도 않은 데 가서 앉아있기보다는 충분한 변의가 올 때 화장실에 가야 한다. 1~10까지 힘이 있다면 6 이상은 넘기지 않기를 추천한다.
3. 배변 후 바로 좌욕
: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빨리 변의가 오기를 기다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변의가 슬슬 오기 시작했고 나는 전투 마인드를 가진채 첫 변과의 결판을 치르러 갔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아픈 예슬이에서 이제 굵직한 놈이 나온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 어느 정도였냐면 좌욕기에 물을 대고 변을 준비하는데 너무 겁이나 손은 덜덜 떨리고 육성으로 " 제발.. 제발... 제발"을 외쳤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나의 첫 변은 스무스하게 나왔고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물론 통증은 있었지만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만큼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변을 확인해보니 이건 뭐 변이 아니라 미역국이나 다름없었고 마그밀의 효과 덕분인지 무른 변이었다. 이것도 더러워 보이지만 치질 환자라면 자신의 변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딱딱한 변인지 무른 변인지, 그리고 딱딱한 변이라면 어제 내가 뭘 먹었길래 이렇게 됐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렇다. 나는 이긴 것이다. 내 전략은 들어맞았고 승전보를 울릴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첫 배변 전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고 첫 변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바란다.
변을 보고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오후에는 좌욕과 식사를 했고 그렇게 둘째 날 밤도 저물었다.
[치질 수술 후기 1주 차 총 정리]
4일 차부터 7일 차까지 매일 똑같이 식사하고 좌욕하면서 회복을 해 나갔기에 별 쓸 말이 없어 1 주차의 주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1. 통증 (10은 요도관 삽입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왜냐면 가장 아팠거든요 진심)
- 수술 후 첫날 통증 : 6/10
- 수술 후 첫 변 통증 : 4/10
- 수술 후 3~7일 통증 : 5~6/10
: 첫날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 잠자면서 느껴지는 통증 : 7/10
: 저는 깨어있을 때보다 잠을 잘 때 엄청 아팠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3,4번은 깼고 새벽 4시 정도에는 너무 아파 일어나서 좌욕을 해야 했습니다. 반드시 좌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키봐라며 수면 유도제 강추드립니다.
2. 주의 사항
- 정확한 식단과 복용
: 식단도 중요하지만 저는 약을 식후 30분에 정확히 먹었습니다. 단 하나도 안 빠트리고요. 약에 마그밀이라는 변을 묽게 해주는 약이 있기 때문에 약 복용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 세컨 변과 써드 변의 고통
: 저는 첫 변을 손쉽게 봐서 그런가 세컨 변에서 긴장 없이 대했다가 된통 당했습니다. 1주일간은 배변 때마다 통증이 극심할 테니 전투 마인드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 반드시 식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밀가루 음식을 먹는 순간 창으로 항문이 찔릴 겁니다.)
- 규칙적인 생활과 좌욕 습관화
: 위에서도 언급했듯 회복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1일 1 변을 해야 합니다. 이는 규칙적인 생활에서 나옵니다.
오늘은 치질 수술 후기 3편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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